기억 하고 싶은

미국 하이틴 드라마의 정석 The O.C(2003)

jslife1107 2025. 11. 11. 17:30

지금이야 OTT를 통해 미국 드라마를 쉽게 접하고 자막도 자동으로 지원되니 자막 나올 때까지 영어 듣기 평가를 안 해도 되는 개 편한 세상이다. 

 

하지만 이제 2000년에 접어들어 미국 드라마가 서서히 퍼져나가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드라마의 한글 자막을 구하기 위해 서로 나눔을 하고 카페에 가입해서 자막을 구걸하는 등 많은 노력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당시 시트콤 프렌즈를 통해 미드를 접하고 새로운 문화의 즐거움을 느꼈던 나로써는(당시 프렌즈를 통해 영어 회화를 공부하는 게 유행이었다.) 막장 하이틴 드라마는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치명적인 유혹이었고 새로움이었다. 

 

물론 아주 어릴 적 베벌리힐스 아이들( Beverly Hills 90210. 1990)이라는 원조격 드라마가 더빙으로 방영했던 게 어렴풋이 기억은 나지만 강렬했다는 느낌만 있지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게 문제.

 

사실 The O.C는 주인공 커플 뿐만 아니라 서브 커플과 가족들로 나온 등장인물들의 매력이 모두 뛰어나 보는 재미가 남다른 드라마이기도 했다. 남자 주인공 라이언(밴저민 매캔지)과 히로인 마리사(미샤 바튼)... 당시에 절정의 매력을 뽐내는 시기에 딱 맞딱드려 찍게 된 드라마가 바로 이것...

 

라이언은 크지 않은 키, 빼어난 편은 아닌 외모지만 남자가 봐도 저 자식은 뭔가를 가지고 있는 녀석이라는 느낌을 갖게하는 우수에 젖은 사연 있는 눈빛과 제스쳐, 남자 내음 물씬 풍기는 주인공이었고, 마리사는 외모 하나로 모든 걸 용서하고 납득하게 하는 아메리칸 아이돌 그 자체...

나 사연 많은 남자에요... The O.C. 라이언 앳우드(밴저민 매켄지 분)
아름다움의 인간화 The O.C 마리사 쿠퍼(미샤 바튼 분)

 

서브 커플은 '사랑스러움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줘 절로 응원하게 만드는 커플이었다. 사실 시청하고 있으면 세스와 섬머가 너무 귀여워서 더 마음이 가기도 했다. 물론 주연들의 매력이 너무 강력하긴 했지만...

 

세스 역할의 애덤 브로디는 후에 남자들이 사고 치는 게 당연한, 하면 안 되는 일을 당장 하자는 짤로 유명한 딜런 오브라이언(틴 울프, 메이즈 러너)과 너무 닮기도 해서 틴 울프를 볼 땐 착각하기도 했었다. (나이 차이는 물론 10년 이상이다. 또 실제 결혼한 아내는 또 다른 하이틴 막장 드라마의 주역이기도 했던 '레이튼 미스터'라는 사실). 섬머역의 레이첼 빌슨 또한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사랑스러운 세스, 섬머 커플 The O.C. 세스 쿠퍼(애덤 브로디 분), 섬머 로버츠(레이첼 빌슨 분)

 

이 드라마는 시즌 1만 빼놓고 보면 사실 하이틴 드라마 그 자체이다. 서로에게 끌리는 걸 도무지 감추지 못하는 라이언과 마리사, 오랜 짝사랑을 하고 있지만 찐따에 오타쿠라 인기 많은 잇걸 그 자체인 섬머에게 고백조차 하지 못하는 세스... 코핸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되면서 친해진 라이언과 세스의 우정, 그에 힘입어 마침내 섬머와 사귀게 되는 세스, 항상 서로를 챙기는 마리사와 섬머의 우정들을 한 시즌 내내 보여주는데 그저 흐뭇하기만 하다. 기분 좋게 찍먹하고 빠지고 싶으면 시즌 1만 보고 하차하는 걸 추천하고 싶다.

 

시즌 2부터는 '어서 와, 미국 막장 드라마 맛 좀 볼래?'하며 본격적인 막장 요소가 들어가기 시작하더니, 시즌 3에서는 'O.M.G' 그 자체이니까... 마지막 시즌인 시즌 4에서는 그나마 좀 괜찮아지긴 하지만 이미 시청자들은 지쳐서 하차한 사람들이 태반이라 다시 맛을 보러 시청하는 사람들이 드물었다.

 

시즌 3와 시즌 4에서 드라마의 인기가 줄어 당시에 자막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구간 반복으로 영어 공부를 해야했던 아픔이 있었기도... 막장의 요소는 드라마의 재미를 반감 시키기에 도전하실 분들에게 도저히 알려드릴 수 없음을 미리 사과한다.

 

나는 당시에 이 드라마를 욕 하면서도 캐릭터를 파는 재미로 시청했기에 그나마 버틸 수 가 있었다. 그래서 더욱 세스와 섬머 커플을 좋아했던 것 같다. 라이언과 마리사 커플도 좋아했지만 마리사를... 마리사를... 너무 막 다뤄버린 제작진이 안겨준 상처로 크게 상심했던 그 당시였다.

 

시즌 끝까지 보고 나서는 그래도 마무리는 이만하면 잘 했네라는 느낌을 받은 정도?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 드라마를 보고 나면 막장 요소가 어지간하면 들어가는 미국 하이틴 드라마는 쉽게 소화시키고 무난하게 시청하실 수 있게 될 거라는거다. 시청하면서 욕은 좀 하게 될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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